풍성한 만찬이 끝난 진료소 마당에는 나른한 포만감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화덕에서 피어오르던 고기 굽는 연기는 바람을 타고 숲 저편으로 흩어졌고, 숯불은 하얗게 재를 남기며 기분 좋은 잔열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배불리 식사를 마친 어미 여우와 새끼 여우는 마당 한쪽의 따뜻한 흙바닥에 몸을 둥글게 말고 서로의 털을 골라주며 여유로운 오후를 즐겼다. 거대한 개방형 파빌리온 안의 그림자 갈기 늑대 역시 만족스러운 식사 후 특유의 느릿한 호흡을 내쉬며 깊은 오수에 빠져들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된 평화로운 시간. 한소영은 빈 나무 그릇들을 깨끗하게 씻어 엎어두고, 등허리를 두드리며 통나무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아, 배부르고 나른하다. 잠깐 눈이나 붙여야지.”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만끽하며, 그녀는 오두막 바닥 한구석에 깔아둔 낡은 짚단과 얇은 천 위로 몸을 뉘었다.
그러나 등에 바닥이 닿는 순간, 포만감으로 나른해졌던 그녀의 몸이 일순간 굳어졌다. 짚단을 몇 겹 깔았음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울퉁불퉁한 돌멩이의 이물감이 척추 마디마디를 무자비하게 찔러왔다. 며칠 전 담비를 구하기 위해 두꺼운 양털 침구마저 일부 잘라내어 환자용으로 써버린 탓에, 그녀가 덮고 눕는 자리는 더욱 얄팍해져 있었다.
소영은 고개를 들어 열린 문틈으로 마당을 내다보았다.
자신이 정성스럽게 지어준 고상식 평상 위에서 가죽 매트리스를 깔고 편안하게 자는 늑대, 깨끗한 건초와 양털이 가득한 바구니에서 지내다 간 새와 담비의 안락했던 병상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동물들 집은 기가 막히게 지어놓고 내 침대는 아직도 흙바닥이라니. 이참에 내 것도 제대로 만들어야겠어.”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몸을 일으켰다. 의사가 병에 걸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차가운 바닥에서 계속 잠을 자다간 피로가 누적되어 근육통이나 몸살이 올 것이 뻔했다. 환자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끝난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거주 환경을 개선할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소영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허리에 목공용 연장 주머니를 찼다.
마당으로 나가 쓸만한 목재들을 물색했다. 이전에 진찰용 테이블과 늑대의 파빌리온을 만들고 남은 곧고 단단한 참나무 기둥들과, 비교적 가공하기 쉬운 평평한 널빤지들이 마당 한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녀는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누워 뒤척일 수 있는 크기, 대략 가로 1미터에 세로 2미터 정도의 규격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설계했다.
“일단 습기를 차단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바닥에서 무릎 높이까지는 띄워야 해.”
서걱, 사각, 서걱.
오후의 적막을 깨고 톱질 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졌다. 잠을 자던 여우 모자와 늑대가 잠시 귀를 쫑긋거리긴 했지만, 소영이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이내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았다.
소영은 가장 두꺼운 통나무 네 개를 무릎 높이로 일정하게 잘라내어 침대의 다리를 만들었다. 바닥에 닿는 면은 평평하게 다듬어 흔들림이 없게 했다. 그다음, 긴 널빤지를 이용해 침대의 기본 프레임을 짜 맞췄다. 단순히 못을 박아 고정하면 나중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가 갈라질 수 있으므로, 엘프의 뼈칼을 이용해 기둥과 프레임이 만나는 곳에 홈을 파서 서로 꽉 맞물리게 끼워 넣는 장부맞춤 기법을 활용했다.
틀이 완성되자, 그녀는 뼈대를 오두막 안으로 낑낑거리며 옮겨 화덕에서 적당히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서도 건조한 벽면 쪽에 자리를 잡았다.
침대 다리들이 흙바닥 위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손으로 강하게 짚고 흔들어보아도 프레임은 삐걱거림 하나 없이 견고하게 버텼다.
“틀은 완벽해. 이제 매트리스를 받쳐줄 갈빗살을 올려야지.”
그녀는 오두막 안팎을 오가며 비교적 얇고 탄성이 있는 널빤지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질러 배치했다. 통판으로 바닥을 막아버리면 땀이나 습기가 배출되지 않아 매트리스에 곰팡이가 슬 수 있었다. 공기가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도록 약간의 틈을 벌려 널빤지를 나열하고 쇠못으로 고정했다. 나무판자들이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키면서도 통기성을 확보하는 훌륭한 평상형 침대가 형태를 갖추었다.
이것만으로도 맨땅에 눕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이었지만, 소영의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칡넝쿨 바구니를 들고 마당 끝자락, 햇볕에 잘 말려둔 깨끗하고 푹신한 건초 더미 쪽으로 향했다. 건초를 한 아름 안아 들고, 어제 채집해 약초 건조대에 널어두었던 야생 쑥과 박하 향이 나는 이름 모를 잎사귀들을 조금씩 섞어 모았다.
“이걸 섞어두면 벌레도 안 꼬이고 천연 방향제 역할도 해주겠지.”
소영은 준비한 속재료들을 침대의 나무 갈빗살 위에 고르게, 그리고 두툼하게 펴 깔았다. 쑥과 박하의 알싸하고 상쾌한 향이 오두막의 마른먼지 냄새를 밀어내고 쾌적하게 번져나갔다.
그리고 그 위로, 진료소 한편에 접어두었던 자신의 양털 누비 침구를 넓게 펼쳐 덮었다. 담비에게 일부를 잘라내 주어 한쪽 모서리가 뭉툭해졌지만, 한 사람이 눕기에는 여전히 모자람이 없는 훌륭한 이불이었다. 건초의 볼륨감과 양털의 푹신함이 결합되자, 눈으로 보기에도 안락해 보이는 훌륭한 침상이 완성되었다.
탁, 탁.
손바닥으로 침구의 주름을 펴며 먼지를 털어낸 소영은 마침내 허리를 곧게 폈다.
“드디어 끝났다.”
팔과 어깨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뻐근하게 뭉쳐왔지만, 눈앞에 놓인 결과물은 그 모든 피로를 잊게 만들 만큼 만족스러웠다. 차갑고 칙칙했던 흙바닥 위의 조난자 캠프 같았던 오두막 내부는, 이 나무 침대 하나가 들어선 것만으로도 온전한 사람의 생활 공간이자 아늑한 안식처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소영은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걸터앉아 보았다.
나무 프레임이 가볍게 눌리는 기분 좋은 탄성과 함께, 두툼하게 깐 건초와 양털이 그녀의 체중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흙의 습기 대신, 햇볕을 머금은 짚의 마른 냄새와 약초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다리를 올려 침대 위로 완전히 몸을 뉘었다.
“아…….”
소영의 입에서 길고 깊은 탄식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등허리 전체로 전해지는 폭신하고 따뜻한 지지력. 흙바닥의 이물감을 피해 새우잠을 자야 했던 지난밤들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지며, 신경줄이 완전히 이완되는 감각이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오두막의 열린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밖으로는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경계림의 평화로운 마당이 보였다. 파빌리온 안의 늑대, 마당을 어슬렁거리는 여우 모자. 그리고 든든한 울타리와 완벽하게 정리된 의료 도구들. 외부의 세계는 여전히 거칠고 무자비한 이계의 숲이었지만, 이 작은 통나무 오두막의 안쪽은 이제 철저하게 그녀의 통제와 설계 아래 완성된 가장 안전한 요새였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던 지난 시간들이, 그녀 자신을 돌보는 이 작은 나무 침대 위에서 완벽한 보상으로 맺어지고 있었다. 소영은 뺨에 닿는 양털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천천히 깊고 단단한 수면 속으로 빠져들었다. 깨어난 후에는 더욱 명료해진 머리로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수 있을 터였다.
| 🏥 현재 진료소 상태 요약 |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