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이세계 숲속 동물병원(제7화: 첫 램프 불빛이 밝힌 숲속 진료소의 밤)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오후의 하늘을 가로지르던 해는 어느새 붉은빛을 토해내며 서쪽 지평선, 정확히 소영이 향해야 할 거대한 수관들 너머로 빠르게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마을 외곽의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이 끝나고 무릎 높이의 거친 잡초들이 자라난 황무지가 시작될 무렵, 소영의 입술은 이미 바싹 말라 하얗게 터져 있었다.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짓누르는 거친 마 자루 안에는 방금 전 시장에서 긁어모은 생존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두꺼운 유리로 된 증류주 두 병, 돌절구, 기름이 찰랑거리는 램프와 양초들, 붕대용 천 뭉치와 식량. 얼추 십오 킬로그램은 족히 넘어가는 하중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등허리를 둔탁하게 쳤다. 유리병끼리 부딪히는 달그락거리는 금속성 마찰음이 황무지의 바람 소리 사이로 불규칙하게 울렸다.
가장 큰 문제는 발이었다.
“어두워지면 끝이야. 발이 부서지더라도 속도를 내야 해.”
소영은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억지로 보폭을 넓혔다. 새 가죽 부츠는 아직 그녀의 발 모양에 맞춰 길들지 않은 상태였다. 뻣뻣한 가죽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킬레스건 위쪽을 톱질하듯 쓸어내렸다. 발가락 끝과 뒤꿈치에 잡혔던 물집이 터져 진물이 무명 양말에 엉겨 붙는 축축한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치솟았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시야 저 멀리, 거대한 성벽처럼 늘어선 경계림의 윤곽이 점차 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을 주점의 상인이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밤이 되면 눈알이 여러 개 달린 짐승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거든. 그것이 과장이든 아니든, 랜턴 하나 켤 수 없는 숲의 칠흑 속에서 이 무거운 짐을 메고 짐승의 표적이 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황무지를 가로지르는 두 시간 동안, 소영의 새로 산 마직물 튜닉은 땀으로 흠뻑 젖어 등에 들러붙었다. 거친 직물이 맨살에 스치며 붉게 발진을 일으켰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허리가 활처럼 굽어질 때쯤, 마침내 발밑의 흙질이 변했다.
건조하고 먼지가 날리던 바닥이, 축축하게 젖은 부엽토와 썩은 나무뿌리가 얽힌 푹신한 지형으로 바뀌었다.
경계림의 안쪽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머리 위를 뒤덮은 거대한 참나무와 활엽수들의 잎사귀가 하늘을 완전히 차단했다. 불과 몇 미터 밖은 아직 붉은 석양이 남아 있었지만, 숲의 내부는 이미 푸르스름한 땅거미가 짙게 깔려 있었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땀에 젖은 소영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하아… 하아….”
소영은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굵은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댔다. 어깨를 파고들던 마 자루의 끈을 고쳐 매기 위해 잠시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허리를 펴자 우두둑 하는 뼈마디 소리가 났다.
그때,
주변의 소리가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리가 ‘사라졌다’.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던 이름 모를 벌레들의 기척, 아주 멀리서 들려오던 새의 지저귐까지. 거대한 유리 덮개가 숲의 이 구역 위로 씌워진 것처럼 완벽하고 소름 끼치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소영의 척추를 타고 얼음장 같은 오한이 내달렸다.
본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인 포식자의 기운을 품고. 그녀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마 자루를 급히 끌어안고 나무줄기 뒤로 몸을 바짝 숨겼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자신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심장 박동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크게 울렸다.
시야가 제한된 어스름 속, 굵은 양치식물 군락 사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없었다. 그림자 자체가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형태. 소영의 동공이 극도로 팽창했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 그것이 눈앞으로 튀어 오를 것만 같았다. 그녀는 마 자루 안에 든 식칼의 손잡이를 더듬어 쥐었다. 축축하게 땀이 밴 손바닥이 나무 자루 위에서 미끄러졌다.
양치식물의 거대한 잎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그 틈으로, 익숙한 붉은 털과 호박색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리석은 걸음을 걷는군. 해가 떨어지는 냄새를 맡지 못했나.)
소영의 머릿속으로 낮고 묵직한 진동이 흘러들어왔다. 공포가 가라앉고 안도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며, 막고 있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어미 여우였다.
“하아… 하아, 놀랐잖아. 너무 늦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엄청 뛴 건데….”
소영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식칼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려 덜덜 떨렸다.
어미 여우가 다가와 소영의 주변을 빙글 돌며 코를 킁킁거렸다. 소영이 짊어지고 온 거대한 마 자루에서 나는 여러 가지 냄새—죽은 고기(육포), 날카로운 금속(바늘과 식칼), 그리고 코를 찌르는 강렬한 휘발성 액체(증류주)—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듯했다. 여우의 귀가 뒤로 살짝 젖혀졌다.
(네 등에 매달린 껍데기에서 나는 소리. 돌이 부딪히는 소리. 그게 숲의 바닥을 울리고 있다. 밤의 눈을 가진 것들이 그 소리를 쫓을 거다.)
소영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마 자루 안에서 유리병과 돌절구가 부딪히는 소리. 인간의 귀에는 그저 성가신 소음일 뿐이지만, 이 칠흑 같은 숲에서는 포식자를 부르는 명백한 신호탄이었다.
“알았어. 조치할게.”
소영은 다급히 자루를 열었다. 새로 사 온 두꺼운 무명천 뭉치를 풀고, 시장에서 입고 갔다가 쓰레기통에 버릴까 고민하다 챙겨 온 찢어진 구형 블라우스와 청바지 조각을 꺼냈다. 유리병의 표면과 돌절구 사이사이에 천 조각들을 단단하게 끼워 넣어 완충재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자루를 위아래로 흔들어 보았다. 둔탁한 소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어미 여우가 만족한 듯 꼬리를 살짝 내렸다.
(일어나라. 네 느린 두 다리로는 직선으로 갈 수 없다. 밤것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으니, 내가 냄새를 덮는 길로 이끌겠다.)
어미 여우가 몸을 돌려 고사리 군락 안쪽, 아까 소영이 걸어오던 물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영은 다시 마 자루를 어깨에 들쳐 멨다. 끊어질 듯한 어깨의 통증과 발뒤꿈치의 작열통이 다시 뇌를 강타했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어미 여우의 붉은 꼬리를 쫓았다.
안내받는 길은 기괴했다. 여우는 인간이 걷기 편한 탁 트인 공간을 철저히 배제했다. 가시덤불의 아래쪽 좁은 틈새로 기어가게 만들었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악취 나는 늪지대의 가장자리를 아슬아슬하게 타게 했으며, 썩은 고목의 거대한 뿌리 사이로 형성된 좁은 터널을 통과하게 했다.
짐을 멘 인간의 체형으로는 고문이나 다름없는 경로였다. 소영의 새 튜닉은 나뭇가지에 걸려 올이 풀렸고, 뺨과 이마에는 잔가지에 긁힌 생채기가 여러 줄 생겨났다. 하지만 여우가 멈추면 그녀도 멈췄고, 여우가 몸을 낮추면 그녀도 흙바닥에 엎드렸다.
어느 순간, 완벽한 어둠이 숲을 장악했다.
달빛조차 두꺼운 나뭇잎에 막혀 들어오지 않았다. 소영의 시각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다.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몇 걸음 앞에서 앞발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주며 위치를 알려주는 어미 여우의 미세한 기척뿐이었다.
(엎드려. 숨을 참아라.)
머릿속을 때리는 날카로운 경고. 소영은 그 즉시 축축한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마 자루를 품에 안은 채 숨을 멈췄다. 코끝으로 진흙과 썩은 나뭇잎의 강렬한 냄새가 밀려왔다.
수십 미터 떨어진 왼쪽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진동이 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쿵, 쿵, 쿵.
발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물컹한 질감이 땅에 부딪히며 끌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짐승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려오는데, 기이하게도 숨을 들이마시는 구멍이 하나가 아닌 듯 여러 개의 쇳소리가 화음처럼 겹쳐 들렸다. 소영의 심장이 흉곽을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의 위로 어미 여우의 꼬리가 살짝 덮이는 것이 느껴졌다. 여우 특유의 체취가 소영의 인간 냄새를 덮어주려는 본능적인 방어 행위였다.
수 분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영겁의 시간이 흐른 뒤, 거대한 진동은 물길 쪽을 향해 멀어졌다.
(…갔다. 다시 걷는다. 여기서부터는 뛰어야 한다.)
소영은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후들거렸다. 그녀는 마 자루를 꽉 틀어쥐고 칠흑 속에서 어미 여우의 기척을 따라 반쯤 달리듯 걷기 시작했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돌부리에 채여 발목이 꺾일 뻔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오직 살아서 오두막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 목적 하나가 끊어지려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었다.
마침내, 익숙한 냄새가 공기 중에 섞여들기 시작했다.
서늘한 물이끼 냄새를 뚫고 들어오는, 마른 나무가 탔던 옅은 잿가루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야생 쑥의 쌉싸름한 향기.
소영의 몽롱해진 시야로, 숲의 틈새가 열리며 흐릿한 달빛 아래 서 있는 통나무 오두막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삐뚤게 세워진 나무 기둥 위로, 자신이 숯으로 그렸던 짐승 발자국 간판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도착… 했어.”
소영은 오두막 앞 공터에 다다르자마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흙바닥에 얼굴을 댔다. 어깨에서 마 자루가 툭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발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부어올랐지만, 살았다는 명백한 사실이 온몸을 휘감았다.
끼이익.
오두막의 가죽 경첩 문이 조금 열리더니, 작은 붉은 털 뭉치가 절뚝거리며 튀어나왔다.
“누나! 냄새났어! 누나 냄새!”
새끼 여우였다. 부목을 댄 앞다리를 조심스럽게 디디면서도,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휘저으며 소영의 얼굴 쪽으로 달려와 코를 핥고 뺨을 비비적거렸다. 새끼 여우의 체온과 젖은 코의 감촉이 소영의 마비된 감각을 일깨웠다.
“그래,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소영이 쉰 목소리로 웃으며 새끼 여우의 목덜미를 쓸어주었다. 어미 여우가 천천히 다가와 새끼의 등 위로 코를 부비며 냄새를 맡았다. 새끼의 안위를 확인한 어미 여우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엎드린 소영을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는 결코 발소리를 크게 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명심… 할게요. 정말, 당신이 없었으면 죽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어미 여우는 더는 대답하지 않는다. 꼬리를 한 번 우아하게 흔들어 새끼의 이마를 스친 뒤, 오두막을 감싸고 있는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녹아들었다. 매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역할을 끝냈으니 야생으로 돌아간 것이다.
소영은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마 자루를 양손으로 질질 끌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돌로 문을 괴어 단단히 닫고, 새로 사 온 넝쿨 끈으로 문고리를 여러 번 동여맸다. 물리적인 폐쇄. 그제야 오두막 안의 좁고 퀴퀴한 공기가 완벽한 안전 구역으로 느껴졌다. 인간의 마을, 돌과 회반죽으로 지어진 크고 번듯한 건물들에서 느꼈던 철저한 소외감과 비교하면, 이 흙바닥 오두막은 완벽한 그녀의 '집’이었다.
소영은 더듬거리며 마 자루를 풀었다. 시장에서 사 온 램프와 기름통을 꺼냈다. 손이 떨려 기름을 약간 바닥에 흘렸지만, 무사히 램프 심지에 적셨다. 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내어 몇 번의 시도 끝에 불꽃을 튀겼다.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 불빛이 좁은 오두막 안을 환하게 밝혔다.
화덕의 식은 재, 벽의 통나무 틈새를 메운 진흙, 구석에 깔아둔 마른 건초 더미, 그리고 열을 맞춰 서 있는 빈 약병들이 빛을 받아 선명하게 드러났다. 소영은 그 광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계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인공적인 조명을 켠 순간이었다. 불빛 하나가 오두막의 질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버려진 폐가에서, 의도와 목적을 가진 공간으로.
그녀는 가죽 부츠의 끈을 풀고 벗어던졌다.
“으윽.”
두꺼운 무명 양말은 진물과 땀으로 떡이 져서 피부에 들러붙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양말을 벗겨내자, 뒤꿈치와 발가락 관절 부근의 살갗이 벗겨져 붉은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쓰라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것도 치료해야겠네. 의사가 자기 몸부터 못 챙기면 안 되지.”
소영은 자루에서 짐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증류주가 든 무거운 유리병 두 개를 선반의 가장 안쪽,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세웠다. 시장에서 산 여러 종류의 칼들과 대장간에서 구한 바늘 세트는, 깨끗한 무명천을 넓게 찢어 그 안에 가지런히 말아 넣은 뒤 선반 두 번째 칸에 올렸다. 작은 돌절구는 화덕 근처, 약초를 말려둔 곳 바로 아래에 배치했다. 보존용 호밀빵과 육포는 쥐나 벌레가 닿지 못하도록 넝쿨 끈으로 묶어 천장 들보에 매달았다.
물건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마다, 소영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본능적인 공포가 조금씩 형태를 잃고 증발해 갔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명확한 물리적 자산에 대한 계산과 계획이었다.
소독약, 봉합 도구, 조제 도구, 그리고 마취나 응급 처치에 쓸 수 있는 독한 술. 이제 이 오두막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기본적인 외과적 처치가 가능한 임시 진료소의 구실을 갖추게 되었다. 아침에 뿔 오소리를 치료할 때 느꼈던 도구 부족의 무력감을 다시는 겪지 않아도 된다.
새끼 여우가 소영의 다리 주변을 맴돌며, 천장 들보에 매달린 고기를 향해 코를 킁킁거렸다.
“먹는 거 냄새 나. 또 맛있는 거 가져왔어?”
“응. 하지만 이건 아껴 먹어야 해. 내일 아침에 물에 끓여서 부드럽게 만들어 줄게.”
소영은 손가락 끝에 증류주를 아주 약간 덜어내어 자신의 벗겨진 발뒤꿈치에 발랐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강렬한 통증이 뇌리를 찔렀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고통이었다. 찢은 천으로 발을 칭칭 감고 나서야, 그녀는 깊은 숨을 토해내며 새로 깐 건초 더미 위로 몸을 눕혔다.
노란 램프 불빛 아래, 오두막은 고요했다. 새끼 여우가 익숙한 듯 소영의 옆구리로 파고들어 몸을 둥글게 말았다. 작고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옆구리를 통해 전해져 왔다.
소영은 램프의 불을 끄기 위해 몸을 반쯤 일으켰다. 불을 끄면 다시 완벽한 어둠이 찾아오겠지만, 더는 어제처럼 두렵지는 않는다.
이곳은 그녀의 병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방금 전 숲의 허락을 받고 살아남아 이 문을 닫았다. 내일 어떤 환자가 이 문을 두드리든, 이제는 두 손 놓고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 끈다. 잘 자, 여우야.”
훅,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램프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오두막 안은 평온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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