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이세계 숲속 동물병원 (14화: 흑요석 갈기의 거대 늑대, 병원의 입원 환자가 되다)
손에 쥐고 있던 무거운 쇠망치를 흙바닥 위로 툭, 떨어뜨렸다.
쿵.
둔탁한 마찰음이 톱밥이 날리는 공터를 울렸다. 소영은 튜닉 소매를 걷어붙인 채로, 수호석의 보이지 않는 경계막을 넘어오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를 향해 몸을 완전히 돌렸다. 도망치거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대신, 양팔을 자연스럽게 내리고 어깨를 편 채 공터의 정중앙으로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는 걸음을 내디뎠다.
양치식물의 거대한 잎사귀들이 부서지며, 마침내 침입자의 전모가 햇빛 아래로 드러났다.
그건 늑대였다. 하지만 그녀가 도감이나 동물원에서 보았던 늑대와는 골격의 규모 자체가 달랐다. 네 발로 서 있음에도 어깨높이가 소영의 가슴팍에 닿을 만큼 거대했다. 칠흑처럼 검은 털은 땀과 진흙으로 떡이 져 있었고, 목덜미부터 등줄기를 따라 날카로운 흑요석 같은 결정들이 갈기처럼 돋아나 있었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체구는 지금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짐승의 왼쪽 앞다리는 바닥에 닿지 못한 채 들려 있었고, 그 위쪽의 어깨뼈 부근에서 끔찍한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턱에 통째로 물어뜯긴 듯, 질긴 가죽과 근육층이 걸레짝처럼 찢어져 덜렁거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서진 등줄기의 결정에서 파편이 떨어져 내렸고, 검붉은 피가 수호석 결계 안쪽의 깨끗한 흙바닥을 점점이 적셨다.
소영은 짐승과 다섯 걸음 남짓한 거리를 두고 우뚝 섰다.
늑대의 황금색 눈동자가 소영을 향해 번뜩였다.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먹잇감을 노려보는 듯한, 소름 끼치도록 이지적인 안광이었다. 주둥이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며 거친 쇳소리 같은 그르렁거림이 터져 나왔다.
“상처가 깊어 보이네.”
소영은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음성의 높낮이를 완전히 제거한, 건조한 톤이었다.
“더 다가와.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말을 뱉음과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머릿속에 ‘안전한 굴’, ‘고통의 끝’, '치유’라는 물리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의 덩어리를 끌어모아 눈앞의 거대한 포식자를 향해 거침없이 쏘아 보냈다. 비늘 사슴에게 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달래는 파동이 아니었다. 상대를 완전히 억누르고 통제하겠다는, 수의사로서의 오만한 확신이 담긴 파동이었다.
늑대의 앞발이 흙을 깊게 파고들며 멈칫했다.
머릿속으로 거친 톱날이 바위를 긁고 지나가는 듯한, 압도적이고 묵직한 진동이 역류해 들어왔다.
(…두 발로 걷는 짐승. 피 냄새를 풍기는 자. 네가 날카로운 것들을 거두는 자인가.)
언어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타는 듯한 갈증과 근육이 찢어지는 맹렬한 고통이 펄펄 끓고 있었다. 늑대는 한 걸음을 더 내디디려다, 한계에 다다른 왼쪽 어깨의 근육이 완전히 파열음을 내며 무너졌다.
콰당!
거대한 육중함이 공터의 흙바닥 위로 쓰러졌다.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고, 늑대의 턱이 바닥에 처박힌 채 거친 숨을 토해냈다. 황금색 눈동자는 여전히 소영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몸을 일으킬 동력은 이미 완벽하게 고갈된 상태였다.
“여우야!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 있어! 문 닫고!”
소영이 뒤를 향해 외쳤다. 반쯤 짓고 있던 나무 케이지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새끼 여우가 쏜살같이 오두막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소영은 지체 없이 바닥에 쓰러진 늑대의 곁으로 달려갔다.
가까이서 본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등줄기의 흑요석 갈기 몇 개가 뿌리째 뽑혀 나가 있었고, 어깨의 열상은 뼈의 하얀 단면이 희끗희끗 보일 정도로 깊었다. 오두막 안의 좁은 병상으로 이 거대한 짐승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곳 공터에서 직접 처치해야만 했다.
그녀는 오두막으로 뛰어 들어가 선반에 올려두었던 물건들을 품 한가득 쓸어 안고 나왔다.
깨끗한 무명천 뭉치, 증류주가 담긴 두꺼운 유리병, 가장 굵은 무명실과 쇠바늘. 그리고 엘프가 남기고 간 넝쿨 바구니에서, 투명한 마취액이 든 수정 유리병과 무지갯빛이 감도는 예리한 뼈칼을 꺼내어 챙겼다.
늑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가만있어. 물리면 나도 화낼 거니까.”
늑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짐승은 턱을 바닥에 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소영은 가장 먼저 엘프의 수정 유리병을 열었다. 달콤하고 무거운, 꿀과 수면제를 섞어놓은 듯한 향기가 확 피어올랐다. 그녀는 점성이 높은 그 투명한 액체를 무명천에 듬뿍 적셔 늑대의 어깨 상처 부위와 찢어진 근육의 표면에 직접 골고루 펴 발랐다.
효과는 경이로울 정도로 즉각적이었다.
파들파들 떨리며 경련하던 붉은 근육 다발들이, 마법 액체가 닿자마자 얼음물에 담긴 것처럼 순식간에 경직을 풀고 이완되었다. 늑대의 눈꺼풀이 무겁게 반쯤 내려앉았고, 머릿속을 울리던 고통의 파동이 아득한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좋아, 감각이 죽었어. 이제 썩은 살을 걷어낸다.”
소영은 엘프의 뼈칼을 집어 들었다.
차갑고 무거운 무쇠 식칼과는 전혀 다른 질감. 그녀는 칼끝을 늑대의 어깨를 덮고 있는 너덜너덜한 가죽과 괴사하기 시작한 검붉은 지방층의 경계에 찔러 넣었다.
스으윽.
소영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저항감이 없었다. 질긴 포식자의 가죽과 두꺼운 근육 섬유가, 물 위를 가르는 것처럼 칼날의 궤적을 따라 부드럽게 두 동강 나며 분리되었다. 날의 예리함이 지구의 최신식 수술용 메스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물리적인 절삭력을 넘어, 살과 살의 결합 자체를 해체해 버리는 듯한 기이한 감각.
그녀는 손목의 힘을 빼고 오직 칼끝의 방향만을 통제하며 상처 부위를 오염시키고 있는 파열된 조직들을 정교하게 도려냈다. 잘려 나간 살덩어리들을 바닥에 던져두고, 무명천에 증류주를 흠뻑 적셔 절단면과 드러난 뼈 주변의 피를 닦아냈다. 독한 알코올 냄새가 늑대의 코끝을 스쳤지만, 마취액 덕분인지 짐승은 옅은 콧김만 뿜어낼 뿐 발버둥 치지 않았다.
상처의 단면이 깨끗하게 정리되자, 그녀는 굵은 무명실을 꿴 반원형 쇠바늘을 집어 들었다.
가죽의 틈새를 오므려 쥐고, 바늘 끝을 밀어 넣었다.
“으윽.”
뼈칼과는 달리, 투박한 쇠바늘은 이계 늑대의 질긴 가죽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완력을 요구했다. 소영은 입술을 꽉 깨물고 엄지와 검지의 악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뿌득, 투둑.
가죽이 뚫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늘이 반대편으로 솟아올랐다. 그녀는 피 묻은 바늘을 당겨 뽑아내고, 실을 두 번 감아 강하게 매듭을 지었다. 벌어져 있던 거대한 열상이 한 땀, 두 땀 투박한 실자국과 함께 닫히기 시작했다.
태양이 그녀의 정수리를 태울 듯이 내리쬐고 있었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속눈썹에 맺혀 시야를 흐렸다. 그녀는 소매로 거칠게 눈가를 훔쳐내고 다시 바늘을 찔러 넣었다. 열 땀, 스무 땀, 서른 땀. 늑대의 호흡에 맞춰 팽창하고 수축하는 흉곽의 리듬을 타며, 그녀의 손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손가락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어깨의 근육이 돌처럼 굳어갔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눈앞의 파괴된 형태를 원래의 곡선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집요한 강박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지막 마흔다섯 번째 바늘땀을 떠서 매듭을 지은 뒤, 그녀는 남은 실을 칼로 끊어냈다.
십오 센티미터가 넘는 거대한 흉터 자국이 늑대의 어깨 위로 길게 늘어섰다. 소영은 피로 범벅이 된 무명천을 넓게 펼쳐 상처 부위를 완전히 덮고, 짐승의 앞다리와 목덜미를 가로질러 단단하게 붕대를 묶었다.
“하아….”
소영은 흙바닥 위로 뒤로 발라당 누워버렸다.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처럼 거칠게 고동쳤다. 폐부 깊숙이 톱밥과 피 냄새, 알코올의 향이 섞인 공기를 빨아들였다.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수호석의 결계가 만들어낸 정적 속에서, 거대한 늑대의 규칙적이고 무거운 숨소리만이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수술은 끝났는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거대한 검은 산더미를 바라보았다.
“이 덩치를 오두막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소영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이 아침 내내 절반쯤 짓다 만 나무 케이지를 향했다. 원래는 작은 짐승을 가둘 요량으로 만들고 있던 직사각형의 나무틀.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마취에서 깬 이 거대한 포식자가 돌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물리적인 바리케이드였다.
그녀는 다시 톱과 망치를 집어 들었다.
지쳐 있던 근육에 다시 강제로 채찍질을 가했다. 그녀는 완성된 나무틀을 끌어와 늑대의 몸통 위로 덮어씌우듯 배치했다. 그리고 주변에 널려 있던 가장 굵고 무거운 통나무들을 주워와, 늑대의 주변을 둘러싸는 형태로 새롭게 기둥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깡! 깡! 까아앙!
쇠망치가 못을 내리치는 파열음이 다시금 공터를 채웠다. 늑대의 몸 주변으로 나무창살이 덧대어지고, 튼튼한 칡넝쿨로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여러 번 동여매어 강도를 높였다.
이건 사냥이 아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마취된 포식자를 상대로 가장 완벽하고 자비로운 형태의 '포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의 피를 멎게 해 준 인간의 통제 안에서, 늑대는 서서히 나무 감옥 안에 갇혀갔다.
두 시간이 넘는 추가적인 사투 끝에, 마침내 거대한 늑대의 전신을 감싸는 튼튼한 목재 우리—간이 야외 병상—가 완성되었다. 소영은 마지막 넝쿨의 매듭을 단단히 묶고 망치를 바닥에 내던졌다.
손바닥은 망치 자루와 쓸려 물집이 터져 있었고, 튜닉은 땀과 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개울가로 걸어갔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박고 거칠게 숨을 들이마셨다. 얼음장 같은 물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며 폭발할 것 같던 체온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손에 묻은 피와 흙을 박박 문질러 씻어냈다.
개울에서 돌아왔을 때, 태양은 이미 수관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숲은 짙은 보랏빛 어스름에 잠겨 있었다.
소영은 화덕의 불을 지폈다. 아침에 끓여 먹고 남은 보라색 뿌리와 육포 스튜를 데워, 나무 국자로 허겁지겁 떠먹었다. 입안을 찌르는 후추와 마늘 향이 지친 뇌를 날카롭게 깨웠다. 오두막의 문을 열자, 새끼 여우가 꼬리를 흔들며 튀어나와 소영의 바짓단에 얼굴을 비볐다.
“이제 나와도 돼. 저 녀석은 지금 못 움직이니까.”
여우는 야외에 지어진 나무 우리 안에서 잠든 거대한 늑대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냄비 곁으로 다가와 고기 부스러기를 기다렸다.
소영은 식사를 마치고, 증류주 병과 수술 도구들을 선반에 다시 정리했다. 오두막 밖의 나무 우리에는 두꺼운 양털 침구를 덮어씌워 숲의 밤안개와 한기를 막아주었다. 결계 덕분에 벌레나 다른 포식자가 접근할 위험은 없었지만, 부상당한 짐승의 체온 유지는 필수적이었다.
“진짜 길고 긴 하루였어.”
그녀는 문을 단단히 닫고, 새로 산 푹신한 양털 침구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온몸이 솜뭉치처럼 무거웠고, 등 아래의 푹신함이 그녀의 의식을 진공 상태로 빨아들였다. 밖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잠든 거대한 포식자의 존재조차, 결계 안의 완벽한 안전이라는 인식 아래로 흐릿하게 흩어져 내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소영을 깨운 것은 알람 소리나 새소리가 아니라, 묵직하고 거친, 머릿속의 점막을 긁어내는 듯한 진동이었다.
(…어디냐. 쇠 냄새. 나무의 감옥.)
소영은 번쩍 눈을 떴다. 침구에서 몸을 일으켜 부츠를 대충 꿰어 신고 오두막 문을 밀어젖혔다.
공터의 아침 햇살 아래, 야외 나무 우리 안에 갇힌 거대한 그림자 늑대가 깨어나 있었다. 마취에서 완전히 깬 짐승은 몸을 일으키려 시도하다가, 어깨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붕대와 자신을 옥죄고 있는 나무창살의 압박에 가로막혀 낮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영을 향해 정확히 꽂혔다.
“일어나지 마. 근육 다 꿰매 놨는데 터지면 다시 꿰매야 해.”
소영은 나무판자 위에 올려두었던 나무 그릇에 깨끗한 물을 가득 떠서 우리 쪽으로 다가갔다.
(네가 날 가두었는가, 두 발의 짐승.)
늑대의 파동에는 분노보다는 혼란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의 육체가 포박당했다는 사실과, 그 원인이 치명적인 상처의 고통이 아니라 낯선 구조물이라는 점 사이에서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듯했다.
“가둔 게 아니라 입원시킨 거야. 상처가 아물 때까지 넌 내 환자고, 이 우리는 네가 무식하게 움직이다가 다친 곳을 더 찢어먹지 않게 막아주는 방어막이야.”
소영은 우리 창살 사이로 물그릇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마셔. 피를 많이 흘려서 목이 탈 텐데.”
늑대는 그르렁거림을 멈추고 콧김을 거칠게 내뿜었다. 창살 너머로 밀려 들어온 물그릇을 응시하던 짐승은, 몸의 절반을 간신히 굽혀 긴 혀를 빼물고 물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찹, 찹, 찹. 거친 혀가 물을 넘기는 소리가 공터를 울렸다.
(…피의 냄새가 막혔군. 찢어진 가죽을 쇠줄로 엮었는가. 엘프들이 말하던 살을 엮는 자가 너였단 말인가.)
갈증을 해소한 늑대가 고개를 들고 소영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명백한 이성의 파동이었다. 경계림의 최상위 포식자다운 묵직하고 고압적인 태도 속에도, 눈앞의 작고 연약한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쥐고 흔들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이한 인정이 깔려 있었다.
“그런 이상한 별명으로 불리고 싶진 않지만.”
소영은 팔짱을 끼고 우리의 창살에 가볍게 등을 기대었다. 이 압도적인 맹수 앞에서도 털끝만큼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꿰매놓은 실밥, 그녀가 지은 감옥, 그녀가 쥐고 있는 밥줄. 이 모든 통제권이 완벽한 우위의 감각을 제공했다.
“여기 있는 동안은 내 규칙을 따라. 물 주면 마시고, 밥 주면 먹고, 뛰지 마. 상처가 다 아물어서 내가 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넌 경계림의 괴물이 아니라 그냥 1번 병상 환자야.”
늑대의 귀가 미세하게 쫑긋거렸다. 인간의 복잡한 언어 중 절반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압도적인 '주인으로서의 기세’만큼은 명확하게 전달된 모양이었다. 짐승은 더 이상 창살을 부수려 들지 않고, 턱을 바닥에 내린 채 눈을 감았다.
(…내 몸을 내어주마, 엮는 자여. 상처가 닫히는 날, 숲의 방식대로 네 빚을 갚겠다.)
“기대하고 있을게.”
소영은 픽 웃으며 돌아섰다. 환자의 회진과 아침 배식이 끝났으니, 이제 병원장의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녀는 어제 절반쯤 톱질해 두었던 나뭇가지 무더기 앞으로 다가갔다. 망치와 쇠못을 다시 집어 들었다. 오두막 앞의 진료소는 늑대 한 마리를 가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환자가 더 온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병상과 도구를 보관할 실외 선반도 필요했다.
서걱, 사각. 깡! 까앙!
아침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이질적인 쇠와 나무의 파열음이 다시 한번 수호석의 결계 안쪽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거대한 늑대가 잠들어 있고 작은 여우가 뛰어노는 앞마당에서, 그녀는 땀을 흘리며 기둥을 세우고 자신의 영토를 물리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곳은 이제 구조를 기다리는 조난자의 대피소가 아니었다. 이 거칠고 신비로운 경계림의 한복판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유일무이한 치유의 성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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